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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으로 유혹하는 마성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오페라처럼 살다 42년전 오늘 떠나 미추(美醜)를 너머 다른 경지의 목소리 마리아 칼라스(1923~77)는 오만했다, 여신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큰 눈. 근접하기 어렵게 치솟은, 광대뼈. 도도한 자존심의 날카로운 콧대. 침묵한 칼라스의 모습은 신비스러운 여성 그 자체다. 그러나 그녀가 노래하면, 듣는 이의 온몸 세포가 튀어나올 정도로 바짝 긴장한다. 전율, 오싹하게 하는 드라마틱한 고음은 물론 거대한 음량, 강한 표현력이 압도적으로 뿜어져 나온다. 그런 칼라스도 여성이었다. 1968년 그녀는 배신당했다. 그리스의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는 칼라스와 10여 년 이상 연인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새로운 신부로 재클린 케네디를 선택했던 것이다. 그녀는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했다.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이후 은둔생활에 들어갔다. 나이 40대 중반이었다. 비록 오나시스로부터 버림을 받았지만 그를 평생의 연인으로 가슴에 담고 살았다. 오나시스가 죽자 칼라스도 2년 뒤 숨졌다. 프랑스 파리 조르주 만델가의 아파트. 칼라스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 쓰러졌다. 바로 오늘(9월16일)이었다. 여왕은 그렇게 쓸쓸히 세상과 헤어졌다. 칼라스의 삶은 오페라 아리아만큼 극적이다. 오페라를 공연한 것이 아니라, 오페라처럼 살았다. 칼라스는 메조 소프라노에 가깝게 거칠고 굵은 편인 음을 내면서도 한편으로는 날카로운 고음까지 소화하는 목소리다. 지휘자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는 "처음 들었을 때 칼라스의 목소리는 이상하다. 각종 현악기 소리가 난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마법과 같은 소리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칼라스의 생전 마지막 석 달간의 모습을 담은 영화 '칼라스 포에버'를 만든 프랑코 제피렐리(칼라스의 절친이자 올리비아 핫세가 주연한 '로미오와 줄리엣' 연출) 감독은 그녀를 세 종류의 캐릭터로 해석한다. 노르마, 나비부인, 그리고 카르멘이다. 모두 칼라스가 절정의 노래 실력을 보여준 오페라 레퍼토리이자 주인공의 이름이다. 제피렐리가 해석한 파리에서의 칼라스는 '나비부인'이다. 그녀와 함께 사는 하녀의 말에 따르면, 칼라스는 밤마다 자기 레코드를 들으며 운다는 것이다. 그녀는 '나비부인'의 유명한 아리아인 '어떤 갠 날'을 듣고 있다. 나비부인이 돌아오지 않는 미국인 남편을 그리워하며, 어떤 갠 날 반드시 그가 돌아오리라는 염원을 노래하는 부분이다. 남편은 돌아올 가망이 거의 없는데, 나비부인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 남자의 귀환(오나시스가 떠오른다)을 소원하며 절규하듯 노래 부른다. 칼라스는 '카르멘'에 강했다. 담배공장의 처녀 카르멘이 자신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돈 호세를 유혹하기 위해 부르는 '하바네라'는 칼라스의 목소리 연기가 얼마나 훌륭한지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유혹하고 위협하고 매달리고 매몰차다. 이 모든 감정을 하나의 노래 속에 다 불어넣는다. 그녀가 가장 사랑한 오페라는 벨리니의 '노르마'였다. 팽팽한 긴장감을 요구하는 '노르마'는 칼라스가 전 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동시에 칼라스 이후 소프라노들이 포기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제피렐리는 "노르마 역으로 칼라스는 오페라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1993년 영화 '필라델피아' 거의 끝 부분에서 에이즈로 죽어가는 젊은 변호사(톰 행크스)가 듣던 음악, 칼라스의 '라 맘마 모르타(La mamma morta: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1LIaDARTSPE)'는 수많은 사람의 가슴을 울렸다. 마리아 칼라스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소프라노, 일반적으로 오페라 최고의 디바, 프리마 돈나를 논할 때 우선적으로 떠올릴만한 인물이다. 개인으로서의 카리스마, 예술적 성취, 화려함과 비극이 뒤엉켜 풍부한 이야기 거리가 담긴 개인사를 만들어낸 인물이기도 하다. 그리스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1m73㎝의 키에 95㎏의 거구. 심한 근시 탓에 동작이 굼뜨고 못생긴 뚱뚱보로 20대 중반까지 살았다. 학교와 가정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열등감 덩어리였다. 성악가로 성공하고 나서 30㎏을 감량한 이래 최고의 미인 대접이 온 세상에서 쏟아졌다. 한편 그녀는 음악에서만큼은 매우 지적이었다. 칼라스를 '해고'한 것으로 유명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극장장 루돌프 빙은 "칼라스는 내가 만난 가수 중 가장 지적이었다. 그녀는 완벽한 공연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런 그녀와 일하기란 무척 어려웠다"라고 회고했다. 카라얀도 "리허설 첫날부터 칼라스가 악보를 들여다 본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자기 역할뿐 아니라 오페라 전체를 이미 정확히 알고 있었고, 그건 지휘자에게는 큰 위협이었다"라고 했다. ksha@koreadaily.com 웬만한 건 샅샅이 다 들춰낸다 디지털포렌식(Digital Forensic) 나만 알고 있다고? 웃기지마! 디지털 기기 속 기록 ‘부검’ 디지털 시대. 그 안의 사람들은 컴퓨터, 스마트폰을 이용해 소통한다. 결국, 나와 디지털 기기 간의 '단 둘 접속 만남'이다. 프리이버시는 완벽히 보호되는 듯 하다. 지켜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없다.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완벽히 프리이버시를 보호받는 듯하다. 그러나 세상에 비밀은 없다. 예전에는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지만, 이제는 디지털 포렌식이 듣는다. '포렌식(Forensic)'이라는 단어는 고대 로마시대의 포럼(Forum)과 공공(public)이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법의학적인, 범죄 과학 수사의, 법정의, 재판에 관한'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디저털 포렌식은 범죄 수사를 위해 디지털 증거물을 분석하여 수사에 활용하는 과학수사 기법의 총칭이다. 컴퓨터 법과학(computer forensic science)이라고도 한다. 마치 부검하듯이 디지털 기록 매체에 복원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암호 등 보안을 해제한다. 하드디스크 내부에 삭제로그를 저장하는 스왑파일(스왑폴더)에서 삭제로그를 복원해 디지털 기기의 사용자나 이를 통해 오간 정보를 추적, 조사한다. 지난 6일(한국시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에서 포렌식 논란이 불거졌다. 검찰 출신 야당 의원이 "조 후보자 딸 조민 씨가 작성한 논문이 포렌식을 통해 서울대 법대 소속 PC서 지급된 프로그램으로 작성됐다는 게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자 여당 의원들은 검찰만이 할 수 있는 포렌식 자료를 어떻게 입수했는지 그 경위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진행된 포렌식 수사내용을 어떻게 야당 의원이 알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 항의성 의문을 잇달아 제기했다. 디지털 포렌식은 요 근래 수년 사이 접하게 된 생소한 말이다. 일반인은 대충 컴퓨터와 휴대폰의 과거 흔적을 복구한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 그 방법은 우리가 부검하는 의사가 갑자기 될 수 없듯이,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리라. 아무튼 이 포렌식은 웬만한 디지털 기기의 과거 흔적을 샅샅이 다 뒤져낸다고 보면 된다. 현대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디지털 기기와 항상 접해 있어 상당 부분 개인에 대한 기록이 디지털 정보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범행을 숨기기 위해 삭제한 자료 등도 복원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 디지털 포렌식은 범죄수사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의 종류는 ▶컴퓨터 법과학: USB 드라이브, SD 드라이브 등 복원 ▶모바일 장치 법과학: 내장된 GPS/ 위치추적 또는 셀 사이트로그 범위 추적, 내장된 통신 시스템 ▶네트워크 법과학: 정보수집 및 로컬 및 WAN/인터넷의 네트워크 트래픽을 모니터링 하고 분석 패킷레벨 분석법 ▶데이터 분석 법과학: 금융 범죄로 인한 사기 행위 패턴을 발견 분석 구조화된 데이터 조사 ▶데이터베이스 법과학: 데이터베이스와 관련된 포렌식/인로그, 데이터베이스 내용. RAM의 타임라인 구축 및 복구 등이 있다. 1970년대 후반 미국을 중심으로 컴퓨터 관련법이 만들어지며 처음 도입되었다. 저작권, 개인정보보호, 사이버 스토킹 등에 대처하기 위한 관련 법안이 통과되고, 1990년대에 이르러 법 집행 기관을 중심으로 디지털 포렌식 관련 기관이 설립되기 시작하였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국가별로 디지털 포렌식 표준이 수립되었고, 국가기관을 중심으로 디지털 포렌식 정책 수립 및 신기술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한국 검찰은 2008년 10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옆에 디지털 포렌식 센터(DFC)를 열고, 마약·유전자·위조문서·영상 등을 정밀 분석하는 장비를 갖춰 증거물 감정과 감식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고 있다.

2019-09-15

천재 수학자가 자살 전 선택한 마지막 과일

영국 중앙은행 50파운드 지폐 초상 인물로 '앨런 튜링' 선정 동성애자로 약물 투여를 통한 화학적 거세 선고받고 끝내 자살 2차대전 당시 독일군 암호 체계 '에니그마' 해독, 종전 앞당겨 시신 옆에는 빨간 사과 하나가 덩그러니 남았다. "아~삭." 한 입 베어먹은 사과. 청산가리를 주입한 사과였다. 더 이상 모욕과 수치심을 참을 수 없었다. 경찰이 질문했다. "그 청년과 무슨 관계였습니까?" 그저 '좀 아는 사람'이라고 둘러댔으면, 위대한 영웅으로 길이길이 남았을 것이다. '파트너'가 그까짓 얼마 안 되는 돈을 훔쳐갔을 뿐인데, 굳이 동성애 관계까지 밝힐 필요는 없었다. 영국 중앙은행(Bank Of England)이 영국 지폐 중 최고액권인 50파운드 지폐(62.70 달러·2021년부터 유통)의 초상 인물로, 앨런 튜링(1912-1954)을 선정했다.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유학으로 프린스턴대를 나온 튜링은 영국의 엘리트 청년처럼 달리기와 조정 실력이 수준급인 청년이었다. 영국 정부는 동성애자인 튜링을 '음란행위 일반에 대한 위반'으로 기소했다. 법원은 약물 투여를 통한 화학적 거세 선고를 내렸다. 이후 주기적으로 계속해서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을 투여받아야만 했다. 가슴이 나오고 살이 급격히 불었다. 몸은 엉망이 됐고, 우울증에 빠져들었다. 인간으로서 존엄성은 송두리째 짓밟혔다. 튜링은 유서에 "사회는 나를 '여자'로 변하도록 강요했으므로 나는 순수한 여자가 할 만한 방식으로 죽음을 택한다"고 남겼다. 순수한 여자는 독사과를 베어먹은 백설공주를 의미했다. 사실 그는 전쟁영웅이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난공불락의 독일군 암호체계인 에니그마(Enigma)를 해독하는 '더 봄브(The Bombe)'를 개발한 수학 천재였다. 이를 통해 독일의 암호무전을 해독, 역정보를 흘리는 등 연합군의 작전수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에니그마 해독작전 성공은 종전을 최소 2년 앞당겼고, 1400여 만 명의 목숨을 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니그마는 타자기처럼 생긴 암호 제조기다. 자판에 A를 누르면 출력은 Q. 다시 같은 글자를 눌러도 다른 글자가 튀어나온다. 이를 매일 바꾸면 내일은 A가 F도 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A~Z까지가 기하급수적으로 곱해져 경우의 수가 나온다. 그 경우의 수는 끔찍할 정도다. 158,962,555,217,826,360,000. 영국 중앙은행은 50파운드 지폐의 초상 인물로 앨런 튜링을 선정된 이유를 그의 업적이 '다방면'으로 현재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방면이라…. 일단 앞서 언급한 대로 그는 암호해독으로 인한 전쟁영웅이었다. 특히 그는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또는 '인공지능(AI)의 아버지'로 불린다. 튜링은 컴퓨터의 개념적 기초를 확립했다. 그가 제시한 '튜링 기계'는 개인용 컴퓨터(PC)에서 수퍼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모든 컴퓨터의 원형(原型)이다. 또한, 이와 관련해 그가 제시한 '튜링 테스트'는 아직도 인공지능(AI)의 기본 개념이 되고 있단다. 튜링의 암호해독 과정과 전반의 삶을 다룬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에서 학창시절 유일한 친구는, 왕따인 튜링에게 말한다.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누군가가, 누구도 생각지 못한 일을 해낸다." 또한, 그는 동성애자였다. 지금이야 아이들에게 동성애 교육까지 시키지만, 그때는 철저히 배척되는 시대였다. 확실히 튜링의 존재는 영국 중앙은행 말마따나 지금 이 시대의 잣대로 보면 '다방면'으로 우리 삶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이다. 인류사적으로 큰 획을 그은 사과들이 있다.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 세잔의 사과, 잡스의 사과, 그리고 앨런의 사과. 김석하 논설위원 ksha@koreadaily.com kim.sukha@koreadaily.com

2019-09-02

국보, 개인이 꽁꽁 숨겨둘 수 있나?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세워진 세종대왕 동상의 왼손에는 책 한 권이 들려있다. 바로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훈민정음은 크게 ‘예의(例義)’와 ‘해례(解例)’로 나누어져 있다. 예의는 세종이 직접 지었는데 한글을 만든 이유와 한글의 사용법을 간략하게 설명한 글이다. 해례는 집현전 학사들이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만든 원리와 용법을 상세하게 설명한 글이다. 다섯 ‘해설’과 하나의 ‘예시’가 실려 있어서 ‘해례’라고 부른다. 한글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문자 가운데 만든 목적과 유래, 사용법, 창제 원리에 대해 알 수 있는 유일한 문자다. 이 모든 내용이 훈민정음 해례본에 담겨 있다. 우리가 한글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하고 과학적인 문자라고 자신할 수 있는 건 바로 이 해례본 때문이다. 해례본은 국보 제70호이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고교생 국가반환 촉구 서명운동 “국민 모두 공유해야 진정한 가치” “가장 위대하고 과학적인 문자” 자신할 수 있는 건 해례본 때문 국보급 문화재를 개인이 꽁꽁 숨겨두고 있는 게 옳은가. 경북 상주시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하 상주본)을 국가에 반환할 것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섰다. 국보급 문화재인 상주본을 개인이 숨겨두고 있을 게 아니라 국민과 공유해 진정한 가치를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상주고 2학년 학생들은 지난 13일부터 전교생을 상대로 서명을 받고 있다. 서명을 받아 상주본 소장자로 알려진 배익기씨에게 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학생들은 최근 대법원에서 '상주본 소유권은 국가에 있고 담당 부처인 문화재청이 배씨에게 상주본을 강제 회수할 수 있다'는 내용의 판결을 내리자 서명운동을 결심했다. 상주본 존재 미스터리 2008년 7월에 경북 상주에서 고서 수집가 배익기씨가 집 수리를 위해 짐을 정리하다 발견하였다며 안동 MBC에 제보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안동본'과 '상주본' 단둘뿐이다. 상주본은 굳이 가격으로 따진다면 1조 원 이상의 가치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는 고문서 전문가와의 인터뷰가 방송에 실린 적도 있다. 현재 배익기씨가 이 책을 1조원의 10분의 1인 1000억 원에 팔겠다는 이야기는 이 방송 인터뷰를 근거로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상주의 골동품상 조모씨가 "상주본은 원래 내 가게에 있던 물건인데, 배씨가 훔쳐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소유권 분쟁이 시작되었다. 이는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고, 2012년 대법원은 소유권이 조모씨에게 있다고 최종 판결했다. 이에 조모씨는 해례본을 문화재청에 기부하기로 하였고, 2012년 5월 7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증식을 가졌다. 이로써 훈민정음 상주본은 정부 소유가 되었다. 물론 실물은 배씨가 내놓지 않고 있어 영인본만으로 기증식이 이루어졌다. 영인본(影印本)은 원본을 사진 촬영해 그것을 원판으로 하여 과학적 방법으로 복제한 책. 그리고 조모는 얼마 안가 사망하였다. 문제는 그 난리통에 상주본의 행방이 묘연해졌다는 것이다. 경찰이 배씨의 집을 압수수색까지 했지만 행방을 찾지 못했다. 배씨는 상주본을 낱장으로 뜯어서 몰래 숨기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문화재 보호법 위반(낱장으로 뜯었으니 일단 문화재 훼손에 해당된다)으로 구속 기소되었다. 검찰은 징역 15년을 구형하였고, 2012년 2월 9일 대구지방법원 상주 지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는 '소유권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를 내놓지 않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하였다. 그런데 같은 해 9월 7일 대구고등법원은 항소심에서 배씨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검찰이 상고하였으나 2014년 5월 29일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면서 무죄 판결이 확정되었다. 이는 재물손괴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에 무죄로 판단한 것일 뿐이지 배씨의 소유권을 인정해준 판결은 아니었다. 결국, 상주본의 소유권은 이미 국가로 넘어갔지만 실물은 배익기씨가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아직까지 실제 가지고 있는지는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훈민정음 해례본 어떤 책인가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 즉 훈민정음이라는 문자 체계의 사용 방법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책의 제목이다. 1940년에 와서야 비로소 다시 발견되어 한글이 어떤 원리를 바탕으로 해서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설명이 실려 있는 책이다. 훈민정음 언해본에는 제작 원리 내용이 실려있지 않았기 때문에 해례본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한글의 창제에 대한 여러 가지 구구한 추측이 난무했다. 해례본이 발견되면서 한글이 계통적으로 독립적인 동시에 당시 최고 수준의 언어학, 음성학적 지식과 철학적인 이론이 한글에 적용되어 있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해례본의 발견으로 인해 한글 창제의 원리에 대해 많은 것들이 확인되고 알려지긴 했는데, 사실 그 내용이 꽤 어려워서 아직도 학자들 사이에 한글 원리에 대한 해석에 분명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도 있다. 자음 글자의 경우 혀나 입술 같은 발성 기관을 본떠 만들었다고 쓰여있지만 모음 글자의 경우 성리학 이론과 관련된 천(天), 지(地), 인(人)을 가져와서 만들고 조합한 것이라 서술되어 있어서 학자들의 해석이 분분하다. 전형필과 안동본(원본·간송본) 안동본은 초간본, 즉 원본으로 여겨지는 해례본이자, 최초로 발견된 해례본이다. 1940년대에 경상북도 안동에서 발견된 후 간송 전형필이 입수하여 현재 간송미술관에서 보관 중이다. 안동본은 일제 강점기의 국문학자 김태준의 제자였던 이용준에 의해 그 존재가 처음 밝혀졌다. 이용준이 처가 서고에서 발견하고 김태준에게 이야기했던 것이다. 이용준은 잘 보관할 만한 사람에게 넘기고 싶다고 말했고, 김태준은 당시 문화재 수집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던 간송 전형필을 떠올렸다. 김태준은 전형필을 만나 해례본 이야기를 했고, 전형필은 그 자리에서 은행으로 달려가 1만1000원을 찾아와 1000원은 김태준과 이용준에게 사례금으로 주고 1만 원은 해례본 값으로 치렀다. 그때 당시의 물가로 따지면 기와집 열채 값에 해당되는 금액이었고, 현재의 물가로 환산하면 무려 30억~50억 원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전형필은 이것을 사들이고 나서 광복이 될 때까지 이 해례본의 존재를 철저히 숨겼다. 한국 문화를 철저히 말살한 일제 강점기 말기에 한글 창제 원리를 자세히 설명한 이 책이 들켰다면 좋지 못한 꼴을 당할 것은 당연지사였기 때문이다. 한국 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피란갈 때 이 책을 먼저 챙길 정도로 애지중지하며 보관했다. 지금까지 해례본이 이어져 내려온 것은 그런 간송 선생의 노력 덕이며, 1956년 이 소장본을 바탕으로 사진을 촬영하여 만든 영인본이 제작되었다. 전형필은 영인본 제작을 위해 이 소장본을 흔쾌히 내놓았다. 언어는 민족정신을 담은 그릇 세종 28년(1446) 17자의 자음과 11자의 모음인 28자로 구성된 훈민정음이 반포됐다. 이후 573년이 흐른 지금까지 긴 세월동안 한글은 살아남았다. 특히 일제 강점기, 조선의 민족정신을 없애기 위해 혈안이 된 일본은 훈민정음 해설서인 해례본의 진위를 허구로 몰아갔다. 또, 해례본을 찾아 없앤다면 조선 초까지 소급되는 세종조의 한글 창제의 신화는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 우리 정신을 담는 그릇의 뿌리와 기원을 허구화될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발견은 일제로서는 있어서는 안 되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간송 전형필 선생은 일제와 전쟁 중에도 해례본을 찾고 지키는데 사활을 걸었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가격에 대해 '1조 원, 1000억' 등등 이야기가 많지만, 단연코 그 가격은 '0'이다. 하나의 나라, 하나의 민족정신을 담은 그릇이 언어다. 가격을 매길 수 있겠는가. 김석하 논설위원 ksha@koreadaily.com kim.sukha@koreadaily.com

2019-08-17

정교하면서 강력한 한방

대기권 밖으로 쏴올린 후 엄청난 속도로 내리꽂혀 ◇탄도미사일(Ballistic Missile) 북한이 2일(한국시간) 또다시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두 발을 발사했다. 지난 6월30일 북.미 정상의 판문점 전격 회동 이후 세 번째다. 청와대는 이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하고 있다. 탄도미사일 발사는 어떤 형태로든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미사일은 발사 방법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은 지상에서 쏘아올린 미사일이 대기권(이때까지는 지상에서 유도) 밖으로 올라갔다가 그 다음부터는 자유 낙하로 내리꽂힌다. 이때 탄두에 내장된 자이로스코프와 가속도계를 이용해 낙하 탄도를 미세 조정 낙하 중 세밀한 궤도를 변경하며 목표지점까지 도달하여 터진다. ICBM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Inter 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이다. 핵무기는 방어가 불가능한 전략 무기로서 탄도미사일의 위력을 한껏 올려놓았다. 탄도미사일은 장거리의 궤도를 이동해야 하는 특성상 중력 속도와 가속도 등은 물론이고 기압 기온 풍향 풍속까지 계산해야 한다. 현대의 탄도미사일은 방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자유 낙하하는 속도가 단거리 미사일일 경우에도 마하 4~7을 넘고 ICBM의 경우에는 마하 20을 넘는다. 상대방의 대응시간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이야기다. 수백 km 정도의 거리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물론이고 수천 km급의 ICBM도 발사하고 나면 수십 분 안에 목표에 도달한다. 그 속도 때문에 요격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나마 탄도미사일을 가장 격추하기 쉬울 때는 속도가 덜 붙은 발사 단계이다. 그러나 사거리가 긴 탄도탄은 일반적으로 후방지역 같은 안전한 장소와 상황하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발사단계에서 격추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미사일이 자유 낙하 단계에 들어가면 요격의 성공률은 사실상 '0'다. 설사 이 단계에서 요격에 성공하더라도 고속의 파편 핵탄두의 경우 방사성 동위원소로 이루어진 낙진이 무더기로 떨어진다. 그래서 미국은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을 비약적으로 개발 탄도미사일의 탄두를 직접 가격해 아예 가루로 만들어 버리는 방식을 발전시키고 있다. 탄도미사일에 반해 순항미사일은 대기권 내에서만 일정한 속도로 비행하는 미사일이다. 미국의 토마호크가 이를 상징한다. 날개를 통해 얻은 양력을 이용한 비행을 한다. 크루즈 미사일(Cruise Missile)로 불리기도 한다. 비행 중 고도나 속도를 바꿀 필요 없이 순항(cruise)하지만 속도(마하 1.0 미만)가 느리다. 대신 저고도 비행이 가능하다. 이는 적 레이더에 탐지될 가능성을 줄여 미사일이 요격당할 확률을 낮춰 생존성을 높이고 적에게 기습을 가할 수 있게 해 준다. 명중률은 높다. 순항미사일은 적 국가의 지형 및 표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하고 군사위성은 없어선 안 될 존재다. 류현진 현재 1.53 '역대 2위' 매덕스·그레인키도 '1점대' ◇평균자책점(ERA)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이 1.66에서 1.53으로 조정됐다. 지난 7월 15일 보스턴 레드삭스 원정 경기에서 기록한 2실점이 모두 비자책점으로 수정된 것이다. 기존에는 내야안타였으나 유격수 크리스 테일러의 실책으로 정정됐다. 류현진이 기록 중인 평균자책점 1.53은 얼마나 대단한 기록일까? 이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일 시즌 39위에 해당하는 기록. 그것도 1위부터 39위 가운데 37명은 모두 '데드볼 시대'에 세워진 기록이다. 데드볼 시대는 1920년 이전이다. 당시 공인구는 지금보다 반발력이 매우 낮았고 공에 이물질을 바르는 부정투구 방식이 허용됐다. 1920년부터 라이브볼 시대가 열렸다. 이때부터를 기준으로 하면 류현진의 평균자책점 1.53보다 같거나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1968시즌 밥 깁슨(1.12)과 1985시즌 드와이트 구든(1.53) 뿐이다. 류현진의 올 시즌 등판은 10여 경기가 남아있다. 이 지금의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거나 그 이하로 시즌을 끝마치면 1920년 이후 역대 2위다. 더 미세하게 소수점 4자리까지 따져보면 구든은 1.5289인데 류현진은 1.5258이다. 류현진이 더 낮다. 역대 1위. 자 그럼 평균자책점은 무엇인가. 영어로 풀어보자. ERA= earned run average. 투수가 한 게임(9이닝) 당 내준 평균(Average) 점수(Earned Runs)다. 당연히 숫자가 적을수록 좋은 것이다. 야수나 포수의 실책으로 인해 내준 점수는 계산되지 않는다. 투(2)아웃인 상태에서 실책 일어났을 때는 그 실책 이후의 모든 점수는 자책점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실책 후에 올라오는 후속 타자들에게 얻어맞아 10점을 주든 잘 막아서 0점으로 막든 자책점은 똑같다. 2000년대 초반 이전 한국서는 방어율로 표기했는데 언뜻 들으면 방어율이 높을수록 그 투수는 우수한 선수라고 오해하기 쉽다. 지금은 대부분이 자책점(평균자책점)으로 부르고 기록한다. 계산 방법은 자책점에 9를 곱하고 전체 투구 이닝 수로 나눈다. 완전히 나뉘지 않을 때에는 소수점 이하 셋째 자리에서 반올림한다. 예를 들어 32⅓이닝 동안 13실점 11자책점인 투수의 ERA는 11 × 9 ÷ 32⅓ = 3.06이 된다. 평균자책점 분야에서만 볼 때 야구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이 쉽게 기억하는 투수 중에 그렉 매덕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1994년 1.56(1995년엔 1.63)을 기록했고 최근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자리를 옮긴 잭 그레인키가 2015년 1.66을 기록했다. 또 뉴욕 메츠의 제이콥 디그롬이 2018년 1.70을 기록했다. 한국(KBO)에서는 선동열이 세운 1993년 시즌 0.78이다. 김석하 논설위원 kim.sukha@koreadaily.com

2019-08-04

가장 잔인하고 악명 높은 갱단

LA한인타운 피코유니언 근거지 엘살바도르계 이민자 의해 조직 ◇MS-13 국제 범죄조직 MS-13의 조직원과 공범 등 22명이 단체로 기소됐다고 언론이 지난 16일 보도했다. LA 닉 한나 연방 검사는 라이벌 갱단 조직원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을 포함해 총 7건의 살인 사건 용의자로 이날 MS-13 내 '풀턴파' 조직원과 공범 22명을 기소했다. 이들 중 6명은 지난 2017년 3월 라이벌 갱단의 조직원을 납치해 살해하고,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했다. 2017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MS-13에 대해 "미국 역사상 가장 위험한 위협 중 하나"라고 규정하면서 "그들을 신속히 제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제프 세션스 당시 법무장관은 MS-13을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MS-13과의 전쟁 불사 의지를 시사했다. MS-13은 LA한인타운 인근 피코유니언 지역을 근거지로 엘살바도르계 이민자에 의해 조직됐다. 조직원들은 대부분 1980년에 발발한 엘살바도르 내전을 피해 피신해온 10대들이었다. 전쟁을 경험한 겁없는 10대들은 당시 LA를 장악하고 있던 멕시코계와 흑인 갱단으로부터 자기 민족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뭉쳤다. 갱단의 성향은 이름에서 알 수 있다. MS는 '마라 살바트루차(Mara Salvatrucha)'의 줄임말이다. '마라'는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개미군단을 뜻하는 '마라분타'에서 따왔다. 살바트루차는 내전 당시 소작농에서 게릴라로 전향한 이들을 의미한다. '떼지어 다니는 게릴라 부대'로 해석할 수 있다. 숫자 13은 중의적 표현이다. M이 13번째 알파벳이라는 뜻과 갱단 입단식에서 최소 13초간 무차별 폭행을 견뎌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 이들은 조직 직후부터 한인타운 인근 라이벌 갱단인 '18th 스트리트'와의 전쟁을 통해 세력을 확장했다. 30여 년이 지난 현재는 LA뿐만 아니라 뉴욕, 보스턴 등 40여 개 주에 조직원 1만 명을 둔 국내 최대 갱단 중 하나로 꼽힌다. 밀입국, 인신매매, 무기거래, 마약 등 강력범죄로 자금을 축적하는 이들은 방해가 되는 적을 잔인한 방식으로 처형해왔다. 특히 홀로 밀입국하는 미성년자 아동들을 미국으로 데려다 준 뒤 '모국의 가족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해 조직원으로 영입해 세력을 더 키우고 있다. 싱가포르 현물시장 항공유의 두 달 평균 가격에 따라 변동 ◇유류할증료(fuel surcharge) 한국행 비행기 요금이 성수기를 맞아 올랐다. 오는 27일 출발해 다음달 중순께 돌아오는 항공권을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항공사들을 통해 구입하면 왕복 항공료는 모든 세금과 수수료를 합해 2250달러 수준이다. 4인 가족 항공료는 6000~9000달러에 달한다. 여행사 관계자는 "오른 항공료는 지난해 하반기 오른 유류할증료가 그대로 유지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주편에 부과되는 유류할증료는 261달러 선으로 지난해 6월과 9월 20달러씩 올랐다. 유류할증료는 항공사가 유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운임에 부과하는 할증료. 항공사 경우 국제선은 2005년부터 적용됐다. 한국발 국제선의 유류할증료는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항공유(MOPS) 두 달 평균가격에 따라 변동된다.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63달러, 항공유 가격이 갤런당 150센트를 넘어서면 단계별로 일정액을 유류할증료로 책정한다. 반면 미국발 한국행 항공편의 유류할증료는 별도의 기준 없이 항공사의 판매정책과 환율에 따라 결정된다. 당연히 기름값이 오르면 할증료도 오르고 반대로 기름값이 내리면 내려가게 된다. 두 달에 한 번씩 조정되며 국토해양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제도는 왜 생겨났을까. 기본적으로는 연료를 많이 소비해야 하는 운송업체들의 피해를 줄여주기 위한 정부 조치다. 항공사의 경우에는 연료를 사는 데만 총비용의 30% 넘게 든다고 한다. 한국 국적 항공사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연간 300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든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직원을 감원하고 비행기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유류할증료는 2008년 7월부터 달라졌다. 원래 한국 국적 항공사들이 적용하는 유류할증료는 매달 계산했다. 지난 한 달간의 국제유가 평균을 내서 다음달에 받을 요금을 정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두 달 평균가격에 따라 변동으로 바뀌었다. 또, 싱가포르항공유가(MOPS)가 갤런당 150센트 이상일 경우를 16단계로 나눴는데, 이때부터 33단계로 확대됐다. 유류할증료 단계가 많아지면 장거리 노선은 편도 기준으로 50달러 정도 더 내고 있다. 유류할증료는 전체 비행기 타는 요금에서 얼마나 될까. 전체 요금은 순수 항공운임, 유류할증료, 각종 세금 등으로 구성되는데 그 비율이 76%, 19%, 4%라고 한다. 한편, 일반적으로 국제유가는 미 서부 텍사스유(WTI : Western Texas Intermediate)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다. 세계 원유 거래에서 가격 기준이 되는 원유를 기준유라고 하는데 크게 WTI, 북해산 브렌트유, 중동산 두바이유 세 가지가 있다. WTI는 가장 고급유로 꼽힌다. 브렌트유는 중간 정도, 두바이유가 질이 가장 낮다. 그렇다면 항공유는 어떨까. 항공유 역시 거래에 기준이 되는 가격지표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럽의 로테르담, 미국 뉴욕, 싱가포르 항공유이다. 한국 국적 항공사는 싱가포르 항공유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리적 이점과 잘 발달된 금융시장의 영향으로 아시아와 대양주 지역의 항공유 관련 기준유로 자리 잡고 있다. '살인면허' 이어받은 라샤나 린치 흑인 여성 본드 역 발탁 ◇여성 007 25번째 007시리즈에서 '여자 본드'가 탄생했다. 14일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영국 출신 여배우 라샤나 린치는 25번째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그는 영국 출신의 자메이카 혈통으로 흑인 여성이다. 지난 4월 자메이카에서 크랭크인된 영화 '본드 25(가제)'는 '007 제임스 본드'의 25번째 시리즈 작품이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6대 제임스 본드를 맡았으며 이번 작품이 마지막 본드 역이다. 이 작품 중간에서 대니얼 크레이그는 MI6에서 퇴임하고 새로운 요원 '노미' 역으로 출연하는 라샤나 린치가 그의 살인면허를 이어받는다. 관계자는 "여자 007 요원은 새로운 캐릭터다. 하지만, 이 젊은 흑인 여성이 현명하게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본드걸'이라는 단어는 이제 '본드 우먼'으로 바뀔 것"라며 달라진 '007' 시리즈를 예고했다. 라샤나 린치는 2007년 드라마 '더 빌'로 데뷔했고 2012년에는 '패스트 걸스'로 스크린에도 진출했다. 올 3월 개봉한 영화 '캡틴 마블'에 마리아 램보 역으로 출연해 브리 라슨과 호흡을 맞췄다. '본드 25'에는 대니얼 크레이그, 빌런 역의 라미 말렉 캐스팅에 이어 매들린 스완 역의 레아 세이두, Q역의 벤 위쇼, M역의 랠프 파인즈, 이브 머니페이 역의 나오미 해리스, 펠릭스 라이터 역의 제프리 라이트가, 태너 역의 로리키니어가 전편에 이어 등장한다. 영국, 미국 뉴욕, 자메이카, 이탈리아, 노르웨이 등 화려한 로케이션을 배경으로 촬영 중이며, 2020년 4월 전 세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화 '그것(it)'의 각본을 쓴 캐리 후쿠나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최종 제목은 추후 공개 될 예정이다. 역대 가장 매력적인 제임스 본드로 불리며 전 세계 007 마니아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대니얼 크레이그는 2006년 '카지노 로얄'을 시작으로 2008년 '퀀텀 오브솔러스', 2012년 '스카이폴', 2015년 '스펙터' 등 4편의 007 시리즈물에 출연했다. 대니얼 크레이그에 앞서 숀 코너리, 조지 라젠비, 로저 무어, 티모시 달튼, 피어스 브로스넌이 '제임스 본드'를 맡았다. 외계와 관련 음모론 미스터리 지역 기습 이벤트에 수십만 명 호응 ◇네바다 51구역 "오는 9월 20일 새벽, 51구역 근처 협곡에 모여 기지를 기습하자!"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북서쪽 80마일 떨어진 사막에 위치한 넬리스 공군기지를 일컫는 '51구역(Area 51)'을 기습하자는 이벤트가 페이스북에 내걸리면서 수십만 명이 참가 의향을 보였다. 기습 방법은 '나루토 런(run)'이다. 나루토 런이란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독특한 뜀박질 기법, 양손을 뒤로 한 채 달려 바람의 저항을 줄이는 것이다. 51구역은 1급 군사기지로 정식 명칭은 '그룸 호수 공군기지(groom lake air base)'. 정보기관들이 외계인 또는 외계 비행체를 비밀리에 연구하는 곳이라는 음모론의 진원지다. 면적은 무려 서울의 두 배에 육박하고 기본적으로 지하로 되어 있는 시설이라 인공위성으로 촬영해도 그 진위를 알기가 쉽지 않다. 경비병들은 견장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미지의 병사들이다. 민간인 접근이 철저히 통제되다 보니 UFO 연구를 하는 비밀기지로 알려져 영화의 소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근처를 통과하는 항공기들도 이 구역만큼은 비켜 지나간다. 51지역은 1990년대 CIA 자료 공개 등을 통해 스텔스 정찰기 등을 비밀리에 시험한 곳으로 알려졌다. 실제 U-2 정찰기(6만 피트, 약 18.3km 상공을 날 수 있었다)나 SR-71 블랙버드 그리고 F-117 나이트호크 등의 시험비행이 모두 이곳에서 시행됐다. 2011년에 출판된 'Area 51'의 저자 애니 제이콥슨은 51구역의 외계인 음모론은 미국 군부가 지어낸 거대한 거짓말이라고 말한다. 신무기 실험을 신비주의로 감추기 위해 이런 소문을 의도적으로 흘렸고, 여기에 낚인 음모론자들이 상상력을 덧붙여서 외계인 음모론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광대한 우주에 외계 생명체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그 외계인들 중에 고도로 발달한 문명이 있을 수 있다. 흔히 외계인이 지구를 발견하면 침략할 것이라고 가정하는데, 우주 여기저기를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고도의 문명과 기술을 보유한 외계인이 무엇을 위해 지구를 침략한단 말인가? 혹시 지구에만 서식하는 동물(인간)을 보존하기 위해서인가? 아무튼, 실제로 '9월 기습 작전' 이벤트가 성사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김석하 논설위원 ksha@koreadaily.com kim.sukha@koreadaily.com

2019-07-21

젊은층 두개골에 ‘뿔 모양’ 뼈 돌출

고개 숙인 자세서 목 뒤 하중 지탱하려  ◇스마트폰 '변형 뼈' 스마트폰을 많이 이용하는 젊은 층에서 두개골에 '뿔 모양'으로 뼈가 튀어나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호주 퀸즐랜드주의 선샤인코스트대학 연구팀이 18세에서 86세 사이 성인 1200명의 엑스레이 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 중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세 명 중 한 명의 두개골 뒷부분에서 뿔처럼 뼈가 자라나는 경향을 발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외후두 융기(external occipital protuberance)'로 불리는 이 현상은 처음 보고됐던 19세기 후반에는 매우 희귀한 사례로 여겨졌지만, 최근 크게 늘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연구팀은 스마트폰을 이용할 때 고개를 푹 숙이는 것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사람이 스마트폰 화면 등을 보려 고개를 숙일 때 두개골의 하중은 척추에서 머리 뒤쪽의 힘줄과 인대로 넘어가는데, 인체는 이를 지탱하기 위해 뼈를 자라나게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특히 이 현상이 일반적으로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더 긴 젊은 층에서 더 두드러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 예로 연구대상자 중 한 28세 젊은이의 뼈는 2.78㎝였지만 58세 중년의 경우 2.45㎝였다. 연구팀은 뼈가 튀어나오는 현상이 머리는 물론 등 위쪽과 목에 만성적인 통증을 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기형의 징후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자신들의 연구가 일상생활에 침투한 스마트폰 등의 첨단기술이 골격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관측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다만 예일대학 생리·뇌과학과 교수인 마이클 니타바흐는 이 연구의 분석 대상이 된 엑스레이 사진을 제공한 개개인의 "휴대전화 사용 행태에 대해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휴대전화 사용과 두개골 형태 간의 상관관계에 대해 결론짓기는 불가능하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의 온라인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됐다. 이시영 작가의 달 항아리. 백자·청자 뿐? 오묘한 '흑자' ◇까만 도자기 흑자라 불리는 도자는 이름처럼 먹색의 빛을 띤다. 문헌상으로 고려시대에 청자와 함께 만들어졌다는 기록이 있지만, 조선시대에 그 명맥이 끊겼다. 아름다운 검은색을 만드는 일은 100개의 자기를 구워 겨우 1~2개를 얻을 만큼 어려운 일이다. 조선시대에는 워낙 흰색을 귀하게 여겼기 때문에 흑자는 뒤로 밀리면서 명맥이 끊겼다. 흑자는 철분이 많이 함유된 유약을 발라 고온에서 구워내는데, 얇게 바르면 엿처럼 투명한 갈색 빛을 띠게 되고 층이 두꺼울수록 검은 빛을 띠게 된다. 흙보다 불의 온도가 중요하다. 백자보다 가마 온도가 더 높아야 반짝반짝 아름다운 색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색을 다 품고 있는 흑자의 신비한 검은색은 불의 마술에 의해 탄생한다. 흑자의 빛은 검은 유약과 불이 만나 탄생되는 것이다. 흑자기를 굽는 김시영(62) 도예가는 기술을 배우고 익힐 만한 스승도 없이 독학으로 고려 흑자를 빚게 됐다. 1979년 대학 산악부 활동으로 태백산맥을 종주하다 검은 색 자기 파편을 주운 게 그 시작이다. "분명 옛 도자기인데 색이 까만 거예요. 이건 뭐지? 궁금증이 생겨 견딜 수가 없었죠." 그는 '까만 도자기'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결국 89년 경기도 가평에 가마터 '가평요'를 차렸다. 그가 흑자에 반한 또 다른 이유는 형태의 자유로움이다. 흑유는 백자보다 유약을 두껍게 발라야 한다. 때문에 가마 안에서 유약이 흘러내리면서 자연스러운 문양을 만들어낸다. 일부러 그림을 그려 넣지 않았음에도 까만 밤하늘에 은하수가 흐르고 별 무리가 진 듯, 신비한 문양을 볼 수 있다. 어떤 것에선 하얗게 꽃도 핀다. 트럼프, 엑소 만나 "유남생?"  ◇유남생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친교만찬에 초청된 그룹 엑소의 리더 수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와의 만남 뒷이야기를 전했다. 수호는 "트럼프 대통령께서 저희에게 먼저 악수를 청해주셨다"며 "'잘생기고 멋있는 K-POP 가수면 저도 악수하고 싶네요'라고 하셔서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전이었던 당시 분위기도 전했다. 수호는 "트위터에 올린 글(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DMZ에서 만날 의사가 있다는 내용) 때문에 기자 분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꾸 '다음 날 판문점에서 그와 만나는 건가' 여쭤보더라"고 했다. 이어 "저희와 악수를 하다가 그런 질문을 받으니까 웃으면서 '정확히는 나도 잘 모르지만, 재밌는 일이 있을 거예요. 유남생, 무슨 말인지 알죠?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수호는 "그래서 저는 "I know"라고, 기대가 된다고 했다"며 "영화에서만 보던 '유남생'을 저희에게 하시니까 깜짝 놀랐다"고 소감을 전했다. '유남생'은 'You know what I'm saying?'의 의미인데 빨리 발음하면 유남생처럼 들리기도 한다. 한국의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이를 사용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이방카 보좌관의 자녀는 엑소의 팬으로 유명하다. 이방카 보좌관은 지난해 평창 겨울올림픽으로 방한했을 때도 엑소 멤버들과 만났다. 당시 엑소는 이방카 보좌관 자녀에게 향초, 방향제, 차를 선물했다. 이번에는 엑소의 사인 앨범을 선물로 준비했다. 호텔 같은 캠핑장서 '럭셔리하게' ◇글램핑 화려하다는 뜻을 가진 '글래머러스(glamorous)'와 '캠핑(camping)'을 혼합하여 만든 신조어다. 음식, 가구, 조리기구, 텐트 등을 따로 준비하지 않고 미리 준비되어있는 상황에서 즐기는 캠핑을 의미한다. 보통 캠핑에서 생각하기 어려운 고정된 대형 TV같은 장치, 심지어 에어컨 같은 캠핑과 인연이 없는 장비가 등장하기도 하며 사실상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캠핑의 이미지와는 다른, 펜션의 텐트 버전에 가까운 형태가 된다. 서양권에서는 글램핑 외에 부티크 캠핑, 럭셔리 캠핑, 포쉬 캠핑, 컴피 캠핑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글램핑의 역사는 1900년대 초반에 서양의 부유층들이 사파리여행을 하면서 귀찮은 부분을 전부 돈으로 해결한 것을 기원으로 보고 있다. 현대에 와서는 호텔 등의 숙박업계에서도 글램핑 패키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기존 캠핑장에 글램핑장을 따로 만드는가 하면 아예 글램핑만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글램핑업체도 증가하고있는 추세이다. 시설은 서로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인 텐트 캠핑과는 다른 대형 텐트 내부에 펜션이나 호텔에 준하는 편의 장비를 고정하여 배치 운영하는 점은 공통이다. 최소한 침대를 비롯한 안락한 침구류와 TV 등 기본적인 편의시설은 갖추고 있으며 심지어 에어컨 등 일반적으로 캠핑에서 상상할 수 없는 시설이 장치되기도 한다. 글램핑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몸이 편하다는 것. 펜션 못지 않은 장비가 갖춰진 글램핑은 캠핑의 맛을 보면서도 캠핑의 약점인 몸을 움직여 이것저것 해야 하는 고단함과 집이나 펜션처럼 고정된 집기가 없어 생기는 거주와 수면의 불편을 거의 완벽하게 없애준다. 캠핑을 체험하고 싶지만 어떠한 불편함도 감수하고자 하지 않을 때 글램핑은 그러한 모순을 완벽하게 해결해준다. 단점으로는 1회에 드는 비용 부담이 크다는 것. 또한 캠핑의 맛만 슬쩍 보여줄 뿐 진정한 매력을 전부 느끼게 해주지 못한다는 지적 역시 존재한다. 캠핑은 장비를 설치하는 것에서 느끼는 재미와 그리고 부족한 장비와 좁고 불편한 공간에서 자연을 가까이 느끼는 맛이 있으나 글램핑에서는 그러한 것을 느끼기 어렵다는 것. 글램핑 그 자체가 '불편함에서 느끼는 재미'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기에 이러한 캠핑 체험으로서의 한계는 피할 수 없는 약점이기도 하다. 김석하 논설위원 kim.sukha@koreadaily.com kim.sukha@koreadaily.com

2019-07-07

'자기파괴'만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비 올 때 '와이퍼'는 피아니스트가 발명. 큰 상상력과 작은 생각, 용기만이 혁신 이뤄내 ◆'자기파괴' 타이어 비가 올 때 운전시 눈앞에서 왔다갔다 하는 와이퍼(wiper)를 보면 "참, 누가 만들었는지 대단해"라는 감탄이 나오곤 한다. 그러다가도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저런 방법밖에 없나"라는 생각도 든다. 와이퍼를 최초로 발명한 사람은 '피아니스트'였다. 폴란드 사람 요제프 호프만(1876-1957)은 현재 모든 차량에 부착되어 활용되고 있는 그 와이퍼를 발명했다. 피아니스트가 자동차 와이퍼를, 어떻해? '메트로놈(metronome)'의 움직임을 보고 "아! 저거!"한 것이다. 메트로놈은 소리를 규칙적으로 발생시켜서 1분 동안 몇 번 박자(beat)가 반복되는지를 셀 수 있게 해 주는 장치. 빗소리에 메트로놈이 왔다갔다하며 박자를 맞추는 모습이 겹치면서 위대한 발명품 와이퍼가 탄생한 것이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은 바퀴(wheel)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머릿속에 동그라미 형상을 지니고 있다. 어린 아이에게 연필과 종이를 주면 무의식적으로 원을 그리려고 한다. 사실, 동그라미는 그리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 형상을 사물(바퀴)로 발명한 것이다. 바퀴는 이동·운송 시간을 단축한다. 바퀴를 감싸서 보호하고, 신축성 및 탄력성을 높여 편안함을 주는 것은 타이어다. 타이어는 생사를 가를 만큼 중요한 부품이다. 문제는 펑크(flat tire)가 나면 교체할 수밖에 없다. 돈이 들고 시간을 뺏긴다. 지난 4일 글로벌 타이어업체 미쉐린이 '폭탄선언'을 했다. "2020년부터 공기를 주입하지 않는(에어리스·airless) 타이어를 선보인다." 이날 공개한 '업티스(Uptis)' 타이어는 타이어 측면이 골판지처럼 생겼다. 신소재를 이용해 기존 타이어보다 튼튼하고 공기를 주입하지 않아 펑크가 나지도 않는다. 소비자야 좋지만, 에어리스 타이어가 일반화되면 타이어 수명이 획기적으로 길어지고 판매량도 줄어든다. 업체로서는 큰 손해다. 혁신적인 신제품이 기존 시장을 파괴하는 역설이 발생하는 셈이다. 플로랑 메네고 미쉐린 CEO는 "미쉐린은 항상 시장을 파괴(disrupt)해 왔다. 기존 시장을 잃는 것에 개의치 않고 혁신하는 전략을 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지배하면 구(舊)시장이 사라지더라도 시장점유율을 늘려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미쉐린은 1946년에도 세계 최초로 '래디얼 타이어(회전방향 직각으로 보강재를 넣은 타이어)'를 출시해 '자기파괴' 전략을 펼쳤다. '교체 주기가 길어져 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이란 비판에도 현재 래디얼 타이어는 승용차 타이어 시장의 95%를 차지한다. 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 혁신이다.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먼 미래를 보는 것이다. 큰 상상력과 수많은 작은 생각 그리고 용기만이 혁신을 이룰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자기파괴'만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그리고 승자가 된다. 10살 소녀, 요세미티 910m 화강암석 정복 ◆엘캐피탄 10살 난 셀라 슈네이터가 암벽 등반가들 사이에서 세계 최대 난코스 중 하나로 꼽히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엘캐피탄(El Capitan) 암벽 등정에 성공했다. 콜로라도에서 등산 가이드로 일하는 아빠 마이클 슈네이터를 따라 예닐곱 살 때부터 암벽 등반에 나선 셀라는 이달 초 가녀린 몸을 자일에 묶고 높이 3000피트(910)의 엘캐피탄을 모두 5일간에 걸쳐 등정했다. 셀라의 등반은 전신에 안전벨트를 채우고 하는 하네스(harness·안전벨트) 등반으로, 암벽에 오르는 중간 중간 휴식과 수면, 영양섭취를 반복하는 과정이다. 셀라는 "모든 과정이 어려웠지만 이것이 가장 어려운 순간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특별한 사람만이 이 등반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여러분도 도전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엘캐피탄은 수직 화강암석으로, 요세미티 국립공원 북쪽에 위치한다. 엘캐피탄 정상의 고도는 2308m. 많은 암벽등반가에게 꿈과 같은 장소이다. 등반하기가 매우 까다로우며 위험하다. 엘케피탄이라는 이름의 기원은 1851년 마리포사 대대가 요세미티를 처음 탐험하였을 때 지어졌다. 스패니시로 El Capitan은 'The Captain' 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To-to-kon oo-lah" 라고 불렀다. 1989년 마크 웰맨은 하반신 불구에도 한번에 15cm씩 9000번 이상을 9일 넘게 자신을 오직 팔의 힘으로 끌어당기며 등반에 성공하기도 했다. 인간은 '60번' 세포 복제되면 노화·사망 노화로 죽지 않는 동물은 '바닷가재' ◆텔로미어 나이가 들수록 피부의 세포 재생력이 떨어지는 주요한 원인이 '텔로미어(Telomere)'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텔로미어는 번역하면 '말단 염색체'라고 할 수 있다. 염색체 말단에 존재하는 염기서열로 유전적 암호를 지니고 있지 않고, 노화에 관련된 부위다. 세포분열을 거듭할수록 DNA 말단 부분인 텔로미어가 짧아지다가 더 이상 짧아질 수 없는 단계에 다다라 세포 분열이 중단되며 손상·노화돼, 사멸한 피부 세포를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전문가에 따르면 "세포가 분열을 하게 되면 세포 내에 있는 DNA 꼬리 부분인 텔로미어가 짧아지다가 어느 한계에 이르러 세포분열이 중단되는 것이 세포 노화의 원인"이다. 텔로미어로 인한 세포 노화 기전은 미국의 생물학자 레너드 헤이플릭이 발견했다. 헤이플릭은 체세포의 분열이 거듭 될수록 세포 내 DNA 말단 부분이 짧아지다가 일정한 분열 횟수에 다다르면 더 이상 말단 부분이 짧아지지 못하며 세포 분열이 중단되는 특징을 발견했다. 헤이플릭은 이 DNA 말단 부분을 '텔로미어'라 명명하고, 이 텔로미어가 짧아지며 손상·노화된 세포가 더 이상 신생 세포로 분화하지 못하는 이른바 '헤이플릭 리미트(limit)' 때문에 신체 노화가 야기된다는 사실을 규명, 200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인간의 경우 약 60번이 헤이플릭 한계라고 한다. 즉, 세포가 60번 복제되면 사실상 생명체의 노화와 죽음을 가져오는 셈이다. 텔로미어의 단축으로 인한 피부 노화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유산소 운동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30분 정도씩, 숨이 찰 정도로 약간 힘든 강도의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최근 독일 라이프치히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주기적인 유산소 운동이 텔로미어 단축을 막는 '텔로머레이스(Telomerase)'의 활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텔로미어는 텔로머레이스 안의 RNA와 결합하고, 이 RNA 가닥을 주형가닥으로 복제하여 텔로미어를 신장시킨다. 텔로머레이스를 통해 텔로미어를 신장시켜 끊임없이 세포 복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원리로 늙지 않는 동물이 실제로 있다. 바닷가재다. 바닷가재는 노화로는 죽지 않는다고 한다. 최근 스탠퍼드대학 의대 연구팀이 텔로머레이스를 연장하는 효소를 개발해 냈다. 그러나 개발과 연구가 더 필요하다. 아직은 전신의 텔로미어를 모두 복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한다. 어쨌든 늙지 않는 방법이 있긴 있는 셈이다. 대부호 5세대 상속녀 글로리아 별세 CNN방송 간판 앵커 앤더슨 쿠퍼 어머니 ◆밴더빌트가(家) 미국의 대표적인 부호 가문 밴더빌트(Vanderbilt) 가문의 5세대 상속녀 글로리아 밴더빌트가 지난 17일 별세했다. 95세. 사교계를 주름잡았던 패션 디자이너로서, 그리고 CNN방송의 간판앵커 앤더슨 쿠퍼의 어머니로도 유명하다. 1924년 뉴욕에서 태어난 글로리아는 프랑스에서 자랐다. 두 살이 되던 해, 아버지 레지날도 밴더빌드가 돌연 숨지면서 당시 400만 달러의 유산을 물려받았다. 유산을 놓고 모친과 고모들의 재산 다툼이 벌어졌고, 당시 언론들은 글로리아를 '가여운 부자 소녀'(poor little rich girl)로 부르기도 했다. 글로리아는 화가와 디자이너로서도 뛰어난 예술적 감각을 발휘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굴곡진 삶을 지냈다. 세 번 이혼하고 네 번 결혼했다. 첫째 아들 카터 쿠퍼가 일시적 정신착란으로 뉴욕의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지켜보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형의 비극적인 자살을 지켜본 앤더슨 쿠퍼는 거액의 유산을 거부하고 집을 떠나 방송계에 입문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교계 유명인사였던 글로리아는 노래 '마이 웨이'(My Way)의 프랭크 시내트라, 영화 '대부'의 말론 브랜도 등 당대 스타들과 각종 염문을 뿌리기도 했다. 밴터빌트가(家)는 코르넬리우스 밴더빌트(1794-1877)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철도왕이자 선박왕으로 사망 당시 1억 달러의 유산을 남겼다. 이는 당시 미국 GDP의 1.5%의 거액이다. 코르넬리우스는 11살 때 학교를 그만두고 아버지 밑에서 여객선 일을 도왔다. 16살 때 여객선을 구입해 본격적으로 선박업에 발을 디뎠다. 남북전쟁 때는 자신이 운영하는 여객선을 해군에 기부하고 남부군의 무역선을 파괴하는 공을 세운다. 남북전쟁 이후 급부상하는 철도 산업에 관심을 가졌고 그 당시 모두가 기피하던 뉴욕/할렘 철도선을 포함한 네 개의 철도선의 대주주가 된다. 이때부터 코르넬리우스는 선박업을 처분하고 철도업에 올인하게 된다. 북동부와 중서부에 위치한 모든 철도는 그의 손안에 있었다. 록펠러와 카네기가 나오기 전까지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부를 축적한 부자였다. 테네시주 내슈빌에 있는 밴더빌트 대학교가 가문의 이름을 딴 것이다. 김석하 논설위원 ksha@koreadaily.com kim.sukha@koreadaily.com

2019-06-22

왜 점심은 처음 보는 사람과 먹어야 하나

중앙일보에 실린 수많은 기사 중에 알아두면 교양이 빛나는 시사용어를 선택, 전후좌우 스토리를 담아 정리했다. 너무 전문적인 용어보다는 약간 깊은 일반상식선에서 또 재미와 의미가 있는 용어를 골랐다. 기사가 조금은 어렵게 느꼈던 분들을 위한 이 시리즈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각분야에서 벌어진 사건을 2주 간격으로 담을 예정이다. ◆가가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국빈방문 마지막 날인 5월 28일 오전 10시 30분쯤 전용 헬기인 마린원을 타고 일본 해상자위대 헬기탑재 호위함인 가가함(DDH-184·사진) 갑판에 내렸다. 먼저 기다리고 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맞았다. 미국 대통령이 일본 전투함에 승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일본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그간 일본 군사력 사용의 근간이던 '전수방위 원칙'(침공한 적을 일본 영토에서만 군사력으로 격퇴한다는 원칙)을 무너뜨리려 하는 아베 정부에 눈을 감아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미국이 사실상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손을 들어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가가'는 원래 일본 제국주의 시절 항공모함의 이름이었다. 1921년 전함으로 진수한 가가함은 28년 항모로 고친 뒤 일본의 주력 항모로 활약했다. 32년 상하이 사변과 37년 중일 전쟁에도 참전했다. 41년 12월 7일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의 미군 기지를 공습할 때 선봉에 선 게 가가함이었다. 그때까지 중립을 지키던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 뛰어들었고, 태평양을 놓고 일본과 싸웠다. 가가함은 42년 6월 4일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국 해군에 격침됐다. 당시 가가함이 가장 많은 폭탄(4발)을 맞았고, 인명 피해(832명 사망)가 가장 컸다. 가가함이 침몰한 지 73년 만인 2015년 8월 27일 2대 가가함이 진수했다. 가가함은 길이 248m·폭 38m에 만재배수량이 2만7000t이다.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갑판과 20대 안팎의 전투기를 넣을 크기의 격납고를 가졌다. 그래서 가가함은 '항모 논란'을 일으켰다. 일본이 항모로 쓰기 위해 건조했으며, 이름도 옛 항모에서 가져왔다는 것이다. 일본 방위성은 논란을 부인했다. '가가'라는 함명도 이시카와(石川)현의 옛 지명인 가가(加賀)에서 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헌법상 제약 때문에 일본군을 '자위대(自衛隊)'라 부르는 것처럼, 항공모함 급인 가가함에 '헬기탑재 호위함'이라 명칭을 붙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1920년대 이미 항공모함을 거느리고 있던 일본의 '재무장'에 한국과 중국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샤토 라피트 로칠드(Chateau Lafite Rothschild) 영국을 국빈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저녁 런던 버킹엄궁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국빈만찬을 가졌다. 가족들과 양국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만찬 메뉴는 삶은 물냉이 무스, 아스파라거스 줄기 등을 곁들인 큰넙치 살코기, 허브로 속을 채운 양고기와 봄철 채소, 딸기 쿠키, 다양한 과일, 커피와 작은 케이크 등이었다. 만찬 테이블에는 23개의 꽃장식이 배치됐고, 100개의 상아 양초, 1020개의 유리잔이 사용됐다. '만찬의 주인공' 와인에는 한 병에 1400파운드(약 1800달러)짜리 샤토 라피트 로칠드(사진)가 포함됐다. 샤토 라피트 로칠드는 보르도 레드와인으로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품종으로 만든다. 기품있고, 아주 매끄럽고 부드러우면서도 산미와 타닌이 건재한 이 와인은 1855년 등급 심사에서 메독 프르미에 크뤼에 선정된 4종 중 하나다. 라피트를 소재로 하여 2008년 출간된 '억만장자의 식초'는 초반에 와인 경매장의 열기를 묘사하고 있다. 1985년 12월 5일, 런던 크리스티 경매장을 가득 메운 입찰자들의 관심은 오직 단 한 병에만 쏠려 있었다. 약 200년 묵은 와인 한 병이 출품되었는데 여러 사람의 경합으로 결국 15만6000달러에 낙찰되었다. 이 가격은 와인 경매 사상 최고의 낙찰 가격이란 기록을 남겼다. 와인 한 병에 15만 달러가 넘다니 한 잔에 약 2만 달러는 넘는다는 말이다. 낙찰된 와인은 1787년 빈티지의 샤토 라피트 로칠드였다. 낙찰자는 미국 잡지 포브스의 일가.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와인이라고 한다. 중국에서 성공을 거두고 싶다면 라피트를 기억하라. ◆로드 다이어트(Road Diet) '빠른 길? 안전한 길? 그것이 문제다'. 2년 전 부실한 자동차 도로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개스요금에 포함시켜 올린 세금이 오히려 차량의 흐름을 막아 교통 체증을 유발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차도를 정비하겠다고 조성한 수백만 달러의 세금이 일부 도시에서는 '로드 다이어트(road diet)'라는 이름 아래 차선의 숫자나 폭을 줄이는데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운전자들은 보다 원활한 교통을 위해 지불하는 개스세 인상이 실제로 교통 혼잡을 증가시키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주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는 것이다. 납세자협회 데이비드 울프는 "예산이 도로의 유지보수에 쓰인다고 들었다. 원하는 것은 도로 보수다. 납세자들의 돈으로 도로를 없애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새크라멘토·라퀸타·샌루이스오비스포 같은 도시들은 차선 통제로 교통량을 줄임으로써 도로를 보다 안전하게 만들고 있으며 만족해 하고 있다. 연방 고속도로 관리국(FHA)의 2010년 연구에 따르면 가주와 워싱턴주에서 로드 다이어트 덕분에 차량사고가 19%, 아이오와주는 47%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됐다. 로드 다이어트 법안으로 가주 전역에 걸쳐서 첫 해에는 갤런당 12센트가 부과됐지만, 오는 7월1일부터 갤런당 추가로 5.6센트가 더 올라가게 된다. ◆'버핏과의 점심' '월요 병'을 피하는 방법은 딱 하나. '월요일 점심의 설렘'을 갖는 것이다. 직장인에게 일요일 저녁은 우울하다(sunday blues). 휴식이 끝나는 언저리, 노동의 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 연구팀은 16세 이상 1만2000명의 인터뷰 자료를 분석, "성별·연령에 관계없이 통계적으로 가장 덜 행복한 요일은 일요일"이라고 결론지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도 일요일은 인터넷에 자살 관련 언급이 가장 많이 올라오는 요일이다. 작가 알랭 드 보통은 강연에서 "직업적 위기감은 일요일 저녁에 찾아온다"고 했다. 그렇다고 휴일 막판에 기분을 내보려고 뭔가를 시도해도 대부분 소용이 없다. 머리는 이미 월요일 할 일과 그 스피드를 따라잡기 위해 부산히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비상구가 있긴 하다. 일요일 저녁, 즐거운 월요일 점심(월점)을 기다리는 것이다. 농경시대 농민의 육(肉)적 배고픔은, 자본주의 직장인의 심(心)적 배고픔이다. 관심·취미가 같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화제를 이야기하고, 평상시 잘 안 먹던 새 메뉴를 함께한다는 월요일 점심의 설렘은 일요일 우울감을 완화한다. 그런데 그 점심이 세상에서 가장 큰 부자와 함께라면….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88·사진)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점심 식사를 함께하는 올해 행사의 가격이 456만7888달러에 낙찰돼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최종 낙찰자는 암호화폐 거래에 쓰이는 블록체인 플랫폼 중 하나인 트론을 창업한 저스틴 선(28) CEO다. 이 행사는 매년 경매 형식으로 이뤄진다. 경매 수익은 샌프란시스코 빈민 구제단체 글라이드 재단에 전액 전달된다. 버핏 회장은 이 행사를 20년째 이어오고 있다. 낙찰자는 뉴욕 맨해튼의 스테이크 전문식당 '스미스 앤드 월런스키'에서 버핏과 점심 식사를 함께하게 되며 최대 7명의 일행을 동반할 수 있다. 한편, 버핏 회장은 점심식사에 대해 한마디를 남겼다. "점심은 항상 처음 보는 사람과 먹어라."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 예술·문화적 성취도 현실 정치 세계에서는 상대편 때리기 방편으로 사용된다. 봉준호 감독이 칸 국제영화제에서 '기생충'으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자 한국 정치권이 진영 싸움의 카드로 활용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 경사를 계기로 박근혜 정권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명단을 다시 본다"고 언급하면서 봉 감독이 과거 칸 영화제에 참석해 '한국 예술가들의 블랙리스트 트라우마'를 언급한 기사와, 그해 9월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공개한 '문예계 내 좌성향 인물 현황' 일명 블랙리스트 관련 기사를 내보였다. 봉 감독은 명단에 포함돼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영화 '태양은 가득히(사진)'에서 알랭 들롱의 역할이 거짓말을 하면서 스스로 거짓말이 아닌 진실로 믿는 톰 리플리"라며 "문재인 정부가 '지금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계속 거짓말을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리플리 증후군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리플리 증후군'은 미국 작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1955년에 쓴 범죄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씨(The Talented Mr. Ripley)'에서 유래했다. 주인공 톰 리플리가 친구이자 재벌의 아들인 디키 그린리프를 죽인 뒤, 대담한 거짓말과 행동으로 리플리가 아닌 그린리프의 삶을 살아간 것이다. 그러나 그린리프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그의 연극은 막을 내린다. 1966년에는 알랭 들롱 주연의 프랑스 영화 '태양은 가득히'로 큰 인기를 끌었다. 현실 세계를 부정하고 허구의 세상을 믿으며, 거짓말과 행동을 일상으로 하는 인격 장애를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이정은6 이정은(23·사진)이 지난 2일 US여자오픈에서 합계 6언더파 278타로 역전 우승했다. 그런데 경기 공식 이름이 '이정은6'다. 이정은이란 이름은 한국 여성에게는 매우 흔한 이름 중 하나. 동명이인이 많다. 그래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는 같은 이름의 선수가 등장하면 등록 순서에 따라 이름 뒤에 2, 3, 4 등의 숫자를 붙인다. 한국에서는 이름 뒤에 6를 붙이고 다녀야 했다. LPGA로 가면서 번호표를 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숫자 '6'을 달고 갔다. 미국인들은 이름 뒤에 숫자를 붙인걸 매우 신기하고 이상하게 여겼다. 하지만, 이정은6은 "6을 붙인 뒤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면서 아예 별명도 '핫식스'로 했다. 미국 프로풋볼(NFL)에서도 '숫자 이름'이 등장한 적이 있다. 신시내티 뱅갈스의 와이드 리시버인 채드 존슨(Chad Johnson)은 2006년 오초싱코(Ochocinco)로 개명했다. 오초싱코(Ochocinco)는 스패니시로 숫자 8과 5를 뜻하는데, 그의 등 번호가 85번이었기 때문이다. 김석하 논설위원 kim.sukha@koreadaily.com

2019-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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